축제가 끝난 뒤 남는 것: 함평의 자연과 문화 체험을 지키는 방문객 실천 요령
함평의 봄 풍경을 담으려고 이른 아침부터 카메라 가방을 메고 나선 적이 있다. 나비가 날아다니는 들판과 저수지를 따라 난 산책로는 사진을 찍지 않아도 충분히 좋았다. 그런데 같은 장소를 오후 늦게 다시 지나가면서 발걸음이 잠시 멈췄다.
함평의 봄 풍경을 담으려고 이른 아침부터 카메라 가방을 메고 나선 적이 있다. 나비가 날아다니는 들판과 저수지를 따라 난 산책로는 사진을 찍지 않아도 충분히 좋았다. 그런데 같은 장소를 오후 늦게 다시 지나가면서 발걸음이 잠시 멈췄다.
조류 관찰 인구가 늘면서 주말마다 쌍안경을 든 사람들을 야외에서 심심찮게 마주친다. 그런데 막상 입문자들이 가장 자주 하는 오해는 “새는 철 따라 한 번 오고 한 번 가는 존재”라는 생각이다. 실제로 함평 일대의 새 분포는 훨씬 촘촘하게 움직인다.
봄철이면 함평의 야산과 들판에는 각종 나물과 약초가 돋아난다. 이 시기가 되면 “함평에서는 아무 풀이라도 뜯어 먹을 수 있다”는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돌아다닌다. 그러나 이는 위험한 오해다.
함평 지역의 자연과 문화 체험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만족도가 높은 프로그램은 단연 손으로 무언가를 직접 만들어 보는 과정이다. 그중에서도 나무, 대나무, 조개껍질, 볏짚처럼 주변에서 얻은 자연 재료를 다듬어 악기나 생활 도구로 완성하는 체험은 결과물을 집으로 가져갈…
옛 장독대를 떠올려 보자. 같은 양의 된장이라도 햇볕이 잘 드는 자리에 놓인 독과 그늘에 놓인 독은 익는 속도가 다르다. 함평이라는 땅도 이와 비슷했다.
최근 몇 년 사이 지방 소도시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공예가들의 작업 방식이 눈에 띄게 달라지고 있다. 온라인 판로가 넓어지면서 굳이 대도시에 작업실을 둘 이유가 줄어든 데다, 재료를 현지에서 조달하는 흐름이 새삼 주목받고 있기 때문이다. 함평도 예외가 아니다.
은퇴를 앞두고 집 안 서랍을 정리하다 보면, 젊은 시절 모아둔 여행 안내 책자나 낡은 사진첩이 나오기 마련이다. 그때는 늘 시간이 없어서 미뤄둔 곳들이, 이제는 오히려 천천히 들여다볼 여유가 생긴 대상으로 바뀐다.
요리를 배울 때를 떠올려 보자. 좋은 식재료를 많이 확보하는 것과 그것을 하나의 코스 요리로 완성하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다. 신선한 채소와 고기가 냉장고에 가득해도 레시피가 없으면 저녁상은 채워지지 않는다. 함평의 자연도 마찬가지다.
지인의 차를 얻어 타고 호남 지역을 도는 여행을 계획하던 중, 함평이라는 지명이 눈에 들어왔다. 나비로 유명하다는 정도만 알던 곳이었는데, 막상 검색을 해보니 자연생태공원과 전통시장, 역사 유적, 자전거 코스가 한 동네 안에 모여 있었다. 문제는 이동 시간과 지출이었다.
함평의 들길과 숲길을 걷다 보면 같은 자리에서도 계절에 따라 전혀 다른 꽃을 만난다. 봄에는 길섶을 덮는 노란 꽃들이, 여름에는 습지 주변의 수생 식물이, 가을에는 산기슭의 보랏빛 꽃들이 차례로 등장한다. 이 변화를 따라가다 보면 걷기 자체가 하나의 관찰 기록이 된다.